대구를 아는 사람들은 한 가지 농담을 알고 있어요.
'대프리카(대구 + 아프리카)'.
여름이면 전국에서 가장 뜨겁고, 분지 지형 덕분에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는 도시. 그 뜨거운 도시에서 한국 대중음악 역사에 남을 두 아티스트가 태어났습니다.
슈가(민윤기) : 언더그라운드 래퍼 출신. 감정을 해부하듯 써 내려가는 가사, 서늘할 만큼 솔직한 자기 고백. 화려한 것보다 진실한 것을 택하는 아티스트.
뷔(김태형) : 대구 달성군 출신. 전위적인 예술 감각,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선택, 재즈와 팝아트와 한국 전통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독창성.
두 사람의 예술 세계는 완전히 달라 보이지만, 뿌리에는 공통된 무언가가 있어요. 대구 특유의 기질인 겉은 차갑고 속은 뜨거운, 말 없이 깊어지는 열정.
서문시장 골목과 계명대학교 인근 근대 건축, 그리고 수성못까지. 두 아티스트의 흔적을 따라 대구를 걸어봅니다.
서문시장, 슈가의 감성이 태어난 골목
서문시장은 조선 시대부터 이어진 한국 3대 전통 시장 중 하나입니다. 대구 중구 한복판에 자리한 이 시장은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에요. 수백 년 동안 대구 사람들의 삶이 켜켜이 쌓인 살아있는 역사 공간입니다.
슈가는 대구 북구에서 태어나 성장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빠져들었고, 십대 시절에는 이미 대구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 '글로스(Gloss)'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습니다. 그 시절 그가 걷던 대구 골목, 가난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웠던 청소년의 시간이 지금 슈가의 가사 곳곳에 남아 있어요.
솔로 앨범 'D-DAY'(2023)에서 슈가는 자신의 과거를 이렇게 고백합니다. 불안했던 시간, 선택의 기로, 그래도 음악을 놓지 못했던 이유. 그 감정들은 서문시장 골목에서 자라며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은 삶의 온도에서 나온 것들이에요.
서문시장의 특징은 야시장입니다. 매주 금·토·일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열리는 야시장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꼽혀요. 전국 각지의 먹거리는 물론 외국 음식까지 즐비하고, 라이브 공연과 버스킹이 어우러집니다. 어둠이 내리면 오히려 더 생기 넘치는 이 공간 슈가의 음악이 어두운 감정 안에서 오히려 더 빛나는 것과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서문시장 기본 정보
- 위치: 대구 중구 큰장로 45
- 운영 시간: 오전 8시~오후 7시 (점포별 상이)
- 야시장 운영: 매주 금·토·일 오후 7시~자정
- 입장료: 무료
- 이동: 지하철 3호선 서문시장역 1번 출구 도보 3분
서문시장 필수 먹거리
납작만두 : 납작하게 부쳐낸 대구식 군만두. 서문시장 원조 간식3,000~5,000원
씨앗호떡 : 견과류가 가득 든 달콤한 전병. 줄 필수1,500~2,000원
칼국수 : 서문시장 안 칼국수 골목. 진한 멸치 육수7,000~9,000원
찜갈비 (동인동)시장 인근 : 동인동 찜갈비 골목. 매콤하게 쪄낸 갈비. 대구 특산1인 2~3만원
야시장 꼬치·떡볶이 : 야시장 전용. 다양한 꼬치·분식·세계 음식1,000~5,000원
계명대·근대골목, 뷔의 예술 감각이 깨어난 곳
| <대구 골목을 다니는 뷔의 AI가상 이미지> |
뷔(김태형)는 대구 달성군 출신입니다. 어린 시절 시골 외가에서 자라다 중학생 때 대구 시내로 이사했고, 계명대학교 부속 학교 인근에서 십대 시절을 보냈어요.
계명대학교는 대구 예술 문화의 중심지 중 하나입니다. 대구·경북 지역 최고 수준의 예술 관련 학과들을 보유하고 있고, 대학 주변으로 갤러리·공방·카페가 밀집해 있어요. 대구가 보수적인 도시로 알려진 것과 달리, 이 지역에서 유독 많은 예술가와 뮤지션이 배출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뷔가 세계 팬들에게 선보이는 예술 세계는 독보적이에요. 바스키아, 뭉크 같은 현대 미술 거장들을 즐겨 이야기하고, 자신의 솔로 앨범 'Layover'(2023)에서는 재즈와 소울의 감성으로 전혀 다른 면을 보여줬습니다. 그 감각의 씨앗이 어디서 심어졌는지 — 계명대 인근 대구 예술 지대에 서면 어렴풋이 느껴지는 게 있어요.
계명대에서 도보권인 대구 근대골목도 꼭 함께 걸어야 합니다. 대구 중구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이어지는 이 코스에는 1900년대 초반 지어진 건축물들이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어요.
대구 근대골목 투어 핵심 코스
계산성당 : 1902년 건립된 고딕 양식 성당. 대구 최초의 서양식 건물
이상화 고택 : 일제강점기 저항 시인 이상화의 생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서상돈 고택 : 국채보상운동 주도 인물의 고택. 근대 역사의 생생한 현장
3·1만세운동길 : 1919년 독립운동 행진 경로. 역사 산책로로 재정비
약령시 한의약 박물관 : 350년 역사의 약령시. 한국 전통 의학 문화 체험 가능
골목 전체를 걷는 데 약 1시간 30분~2시간이 걸려요. 걷다 보면 건물 하나하나에 붙어 있는 안내판에서 대구가 얼마나 깊은 역사를 가진 도시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뷔가 전위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예술을 추구하는 것, 이 골목들이 그 바탕을 만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슈가·뷔의 대구를 걷는 1박 2일 코스
대구는 서울에서 KTX로 약 1시간 40분(동대구역 기준). 도시가 컴팩트해서 이동 동선이 효율적이에요.
1일차 : 시장과 골목, 대구 원도심의 온도
10:00 서문시장 : 납작만두·씨앗호떡으로 오전 간식 타임. 시장 구조 파악하며 자유 탐방
11:30 대구 근대골목 투어 : 계산성당 출발. 이상화·서상돈 고택 → 3·1만세운동길 → 약령시 순서로 이동. 무료 해설 프로그램 활용 권장
13:30 동인동 찜갈비 골목 : 서문시장 인근. 대구 특산 찜갈비. 점심으로 강력 추천
15:00 계명대학교 주변 산책 : 뷔가 다니던 학교 인근 골목. 갤러리·카페·공방 자유 탐방
16:30 대구 방천시장·김광석 거리 : 故 김광석을 기리는 벽화 골목.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 슈가가 영향받은 한국 음악의 뿌리 느끼기
19:00 서문시장 야시장 : 금·토·일 오후 7시 개장. 버스킹 공연 + 다양한 먹거리
2일차 : 자연과 전망, 대구의 다른 얼굴
09:00 앞산(앞산공원) 케이블카 : 대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 케이블카로 편하게 정상 도달. 이른 아침 운무 낀 풍경이 압도적
10:30 대덕문화전당 인근 골목 : 대구 달서구 문화 예술 벨트. 독립 서점·아트 카페 산책
12:30 뭉티기 전문점 점심 : 대구 특산 육회 '뭉티기'. 신선한 생 소고기 육회. 대구에서만 즐길 수 있는 맛
14:00 수성못 : 대구 도심 속 호수 공원. 오리배, 호수 주변 카페 거리. 뷔의 감성적인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공간
16:00 팔공산 동화사 : 대구 북쪽 팔공산 대표 사찰. 통일약사여래대불 등 웅장한 불교 건축. 단풍 명소
18:00 동성로 저녁 : 대구 최대 번화가. 파스타·한식 등 다양한 선택지
19:30 동대구역 출발 : KTX 탑승 전 역 근처 1913 송정역 시장 스타일의 교동시장 간단 구경
🧭 실용 여행 팁
💡 서울→대구: KTX 동대구역 약 1시간 40분. 대구 내 도시철도 1·2·3호선 완비.
💡 근대골목 투어 무료 해설: 중구청에서 운영하는 무료 근대골목 해설 투어가 있어요. 사전 예약 시 영어 해설도 가능합니다. (대구 중구청 문화관광과 사전 문의 권장)
💡 야시장 요일 확인: 서문시장 야시장은 금·토·일만 운영합니다. 방문 일정에 주말을 포함시키는 것 강력 추천.
💡 대구 여름 날씨 주의: 6~8월 대구는 전국 최고 기온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 시기 방문 시 수분 보충과 자외선 차단 필수. 되도록 이른 오전이나 저녁 야외 활동 권장.
💡 외국인 언어 지원: 근대골목·계산성당 영어 안내 완비. 서문시장 야시장은 외국인 방문객이 많아 기본 영어 소통 가능.
💡 팬 성지 방문 예절: 슈가·뷔 관련 학교·주거 지역은 현지 주민이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소음·사진 촬영에 유의하고 주민 불편이 없도록 배려해 주세요.
💡 대구 필수 먹거리 요약: 납작만두, 씨앗호떡, 동인동 찜갈비, 뭉티기(육회), 복숭아(여름 시즌 한정, 경북 대표 특산품)
차가운 도시, 뜨거운 예술가
대구는 모순의 도시입니다.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를 가졌지만, 그 안에서 가장 전위적인 예술가들이 자랐어요. 분지 지형으로 뜨겁기로 유명하지만, 그곳에서 나온 아티스트들은 서늘할 만큼 냉철한 자기 세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슈가는 감정을 감추지 않아요. 오히려 가장 불편한 진실을 가장 솔직하게 꺼내 보입니다. 뷔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고집해요.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을 당당하게 선택합니다.
그 두 가지 태도가 어쩌면 대구라는 도시가 가르쳐준 것일지도 몰라요. 외부의 시선보다 내면의 확신을 믿는 것, 표면의 온도보다 내부의 열정이 더 오래 타오른다는 것.
서문시장 야시장 불빛 아래에서, 근대골목 계산성당 처마 아래에서 그 두 청년이 꿨을 꿈의 온도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대구는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운 도시예요. 직접 걸어봐야 알 수 있는 아름다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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